🎬하녀

감독

임상수  

출연

전도연, 이정재, 윤여정 외  

장르

드라마/스릴러/심리  

개봉일

2010.05.13  

#한국영화

영화 <하녀>는 처음엔 ‘복수극’처럼 보인다. 스릴러 장르에, 억울한 여성이 등장하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예상하게 된다.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영화는 복수보다는 한 여성의 파멸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. 주인공 전도연(은이)는 순진하고 힘없는 하녀다. 그녀는 상류층 가족의 이기심과 위선에 의해 점점 무너진다. 아이를 임신했지만 강제로 지우게 되고, 복수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아무런 힘도 허락하지 않는다. 결국 은이가 할 수 있는 건 마지막 순간, 자신의 파멸을 통해 ‘찍소리라도 내는 것’뿐이다. 그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고 씁쓸하다. 은이와 대비되는 인물 윤여정(병식)도 인상 깊다. 같은 하녀지만 병식은 오래전부터 이 집안의 부조리를 알면서도 침묵하며 살아남는다. 적당히 모른 척하고, 적당히 순응하는 것이 그녀의 생존 방식이다. 은이와 병식의 차이는 곧, 약자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. 은이의 죽음이 가족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까? 잠깐의 균열은 있었지만, 그들은 금세 아무 일 없던 듯 가식으로 덮는다. 은이의 죽음은 그들에게 진짜 복수가 되지 못한다. 오히려 가장 큰 상처는 은이 자신에게 남는다. 마지막 장면, 은이의 시신에서 불이 나는 장면은 현실을 넘어선 상징처럼 느껴진다. 복수를 꿈꿨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던 그녀의 절규가, 그 불꽃에 담겨 있는 듯하다. <하녀>는 약자의 분노와 무력함, 그리고 그 끝에 남는 씁쓸한 현실을 조용히 보여주는 영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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